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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들.

from 익숙한 일상 속에서 2009/12/12 12:44
 


 0. 인터넷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불안한 것도 아니지만 한국보다 좀 느린건 사실이다. 느리기 때문에 생기는 답답함이 엄청나게 큰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꺼리게 된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학교에 늦지 않게 가기에도 벅차고 한번 나가면 기숙사에 돌아오는게 밤 10시를 좀 넘어서이기 때문에 유학 초창기만큼 여유롭지 않은것도 있지만... 그렇게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게 된다.

 1. 덕분에 쉬기로 마음 먹은 토요일에는 아주 바쁘다. 밀린 예능 프로그램들 좀 다운 받아야 하고, 밀린 메일 정리도 해야 한다. 일주일마다 내가 읽어야할 메일들이 약 30여개씩 쌓여가고 있고, 웹 여기저기에는 내가 그동안 뿌려놓은 흔적 들에 대해서 피드백들이 들어온다. 그것만 정리해도 반나절. 거기에 빨래와 청소등의 일과를 거치고 나면 어느새 저녁. 그저... 피곤할 따름.

 2. 생각해보면 내 주위에는 언제나 기독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당연한 이야기인가? 어려서는 사촌 동생 가족이 모두 카톨릭이었기에 성당도 두어차례 따라가 봤고, 내 베프는 자기 표현을 따르면 'holy'할 정도다. 웃기게도 그동안 사귀었던 분들 중에도 일요일에는 당연하게 못 만나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였으니. 그렇지만 요즘만큼 내 주변에 기독교가 가득하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다. 그렇지만 내가 궁금한건 그 분(난 아직까지도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그 분이라고 표현한다)이 과연 무언가를 바라고 내 주변에 이렇게 배치하셨을까? 나도 모르게 은연 중에 이런 쪽으로 사람들을 만나가고, 주제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건 아닐까?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이 아주 강하고, 전세계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종교에 대한 '방종'이 가득한 우리나라에서 사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쉽사리 하지 않는건 예의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워낙에 그 분에 대한 관심이 커서인지 나도 모르게 쉽게 쉽게 이야기하고만다. 마치 내 안에 남은 마지막 방어선을 내 스스로 깨트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만 바꾸면 되는데, 나름 10년을 독선적으로 살아와서인지 쉽사리 바뀌지는 않는구나. 하기사 그 분이 믿고 싶다고 믿어지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뭔가 결론이 나겠지.

 3. 유학생활은 누가 뭐라고 해도 힘들다. 제 아무리 충분한 사전 조사와 철저한 준비 그리고 다양한 현지 지원을 준비해서 갔다고는 하지만, 생전 처음 떨어진 곳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 하나 없이 생면 부지의 사람들과 부대껴 가면서,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해왔던 사람 가리기라는 작업을 또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난 지금 미친 짓을 하고 있는거다.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관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늘 그 사이에서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왔다고 느끼니까 말이다. 이제 이 곳에서 살아가는 것도 어언 100여일이 지났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관계를 경험했고 늘 그랬듯이 사람 때문에 절망에 빠져서 괴로워하기도 했고, 희망을 품어보기도 했다.
 

 4.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관계라는 것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와 나 사이의 적절한 거리는 어디쯤일까? 이 쯤에서 멈춰야 하는 것일까? 이 쯤에서 적절히 BGM으로 등장하는 Billy Joel의 Honesty.

 5. 한국말이 그립지는 않다. 날마다 지겹도록 하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다. 마치 누군가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한국말을 하고 있는데도 내가 하는 것이 한국말이 아니라 그냥 말인거 같아서 한국말이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고보면 말이야, 내가 누군가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감'이나 '교류'라는 것을 한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6. 블로그에는 늘 이렇게 우울하거나 힘든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늘 필요 이상으로 진지한 글만 올려놔서 인지 누군가는 이 블로그를 보고서 나를 무서워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은데. 종종... 나도 헷갈리기도 한다. 이른바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 속에서의 내가 나한테 더 어울리는지, 아니면 이렇게 블로그에서 보여주는 내 모습이 나에게 더 어울리는지 말이다. 물론 나를 아는 오프 상에서만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음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마찬가지로 온에서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실제 오프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모른다. (분명히 말하는데, 오프에서의 내 '행동들'은 그 분께서 '귀엽다'고 평가하셨다) 물론 나는 이 두 가지 모습들을 적절히 잘 조화시켜 가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말 그대로 내 생각이고...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건 어떨지 모르겠다. 문제는 두 모습이 좀 극단적이라고 할 정도로 반대편에 놓여있으니 그 중간 지점이라는게 x가 정수의 값을 가질 때, x = y의 그래프가 평면좌표상에 나타나는 모습 정도라는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공대생 외에는 이해 불가능한 개그)


 7. 이 곳은 공기가 상당히 안 좋다. Sunny라고 표현된 오늘 마저도 가시거리는 1km가 되지 않는다. 학교 교문 벗어난 정도의 위치에 있을 건물이 스모그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다. 2년에 한번 정도나 걸리는 감기가 환절기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걸려서 평소 한 2~3일이면 헤어나오던 것과 다르게, 한달여를 고생한걸 보면... 확실히 공기가 안 좋긴 한거 같다. 예전에는 하늘이 아예 새까맣게 보였다고 하던데... 어떻게 살아온거지?


 8. 我的心气是痛乃越甚。你们不能知道。  因为我可以一边儿乐,一边儿哭。 중국어 공부하는 티 내기 힘들다. 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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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습니다. 첫 여행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많은 사람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엿던 것도 있죠. 하지만 가장 인상에 남았던건 지금까지 별 감흥이 없던 '자연' 이란 것에 새로운 시각을 취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그냥 보고 감상하는 것에 익숙했던 저에게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 '오묘함'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던 기회였죠. 그만큼 백두산의 아름다움은 정제되지 않은 자연미에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웠고, 더 거대했고 더 기억에 남던 백두산.

 이번 편은 별 다른 이야기를 할 것도 없고, 자연을 감상했는데 굳이 제 멘트가 필요하진 않겠죠.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용량 문제등으로 올리지 못하고 맛뵈기 형식으로 조금밖에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혹여 사진이 필요하신 분은 저한테 이야기 하시면, 리사이징 하지 않은 버전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총 3부작을 기획했는데, 생각보다 짤방의 질이 떨어지고, 백두산 문제가 복잡한 관계 속에 있는지라, 제가 섣불리 언급할 상황이 아니기에 그냥 2부작으로 마무리 할려고 합니다. 여행기는 무조건 길게 쓰는게 최고는 아니죠? ㅎㅎ 무엇보다 이제 이 곳에 살면서 이런 류의 여행을 할 기회는 정말 많을테니까요. 앞으로도 좋은 곳 다니면서 여러가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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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 온지 채 1달이 안 되어서, 맞이한 중국 2대 휴일 중에 하나라는 국경절. 이 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게, 공휴일을 자기들 마음대로 짜맞춰서 만들어 낸다. 흔히들 한국에서 뉴스를 볼 때면, 중국 최대의 명절이라는 국경절이나 춘절을 맞아서 최대 10일의 연휴라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되는거냐면 공식적으로는 국경절이나 춘절에 해당하는 날짜의 앞 뒤로 2일씩 쉽니다. 그럼 국경절이나 춘절이 수요일에 걸려주면 딱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7년에 6번이다. 그런 경우에는 다음 휴일에 해당하는 주말을 땡겨다가 쓰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때 쉬게 되면 그 다음 주말에는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것. 나라가 크다보니, 별의 별 문제가 다 생긴다. -_-;

 무튼, 1달도 안되어서 맞이한 총 8일짜리 연휴인 국경절에 학교에서는 백두산으로 2박3일짜리 여행을 간다고 광고를 해댔고 저를 비롯해서 제와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 몇 분이 중국에 왔으면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셔서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간 뒤에는 가길 잘 했다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요. :)

 늘 그렇듯이 다녀온지 약 2달이 다 지나서야 올리게 되네요. 이 놈의 귀차니즘은 중국에서의 접속 불안으로 생긴거라고 주장을 잠시 해보지만, 알아서 깨갱하고 그냥 기행기나 올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겨울에는 카메라를 꺼내놓고 있으면 렌즈가 깨진다는 하얼빈의 빙등제(참고로 이 때 하얼빈의 실외 기온은 -35C를 가볍게 넘어서 준다고... -_-;)를 가야 하는데 살아남긴 할려나 모르겠;


 민족의 영산, 백두산. 하지만 현재 중국에 의해서 철저하게 개발되고 있고 어느새 백두산이라는 이름은 한글로만 존재하게 되었고, 전세계적으로는 長白山이라는 이름만 남은 백두산 기행 Part 1 시작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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