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온지 채 1달이 안 되어서, 맞이한 중국 2대 휴일 중에 하나라는 국경절. 이 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게, 공휴일을 자기들 마음대로 짜맞춰서 만들어 낸다. 흔히들 한국에서 뉴스를 볼 때면, 중국 최대의 명절이라는 국경절이나 춘절을 맞아서 최대 10일의 연휴라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되는거냐면 공식적으로는 국경절이나 춘절에 해당하는 날짜의 앞 뒤로 2일씩 쉽니다. 그럼 국경절이나 춘절이 수요일에 걸려주면 딱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7년에 6번이다. 그런 경우에는 다음 휴일에 해당하는 주말을 땡겨다가 쓰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때 쉬게 되면 그 다음 주말에는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것. 나라가 크다보니, 별의 별 문제가 다 생긴다. -_-;
무튼, 1달도 안되어서 맞이한 총 8일짜리 연휴인 국경절에 학교에서는 백두산으로 2박3일짜리 여행을 간다고 광고를 해댔고 저를 비롯해서 제와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 몇 분이 중국에 왔으면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셔서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간 뒤에는 가길 잘 했다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요. :)
늘 그렇듯이 다녀온지 약 2달이 다 지나서야 올리게 되네요. 이 놈의 귀차니즘은 중국에서의 접속 불안으로 생긴거라고 주장을 잠시 해보지만, 알아서 깨갱하고 그냥 기행기나 올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겨울에는 카메라를 꺼내놓고 있으면 렌즈가 깨진다는 하얼빈의 빙등제(참고로 이 때 하얼빈의 실외 기온은 -35C를 가볍게 넘어서 준다고... -_-;)를 가야 하는데 살아남긴 할려나 모르겠;
민족의 영산, 백두산. 하지만 현재 중국에 의해서 철저하게 개발되고 있고 어느새 백두산이라는 이름은 한글로만 존재하게 되었고, 전세계적으로는 長白山이라는 이름만 남은 백두산 기행 Part 1 시작 합니다. :)
제 1장 : 천지를 보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습니다만, 저희 학교에서 선택한 코스는 '버스' 였습니다. 맘만 먹으면 사실 루트는 다양하게 있죠. 기차를 타고 가도 되고, 비행기를 인근까지 간 뒤에 거기서 다시 버스 타고 올라간다던가 말이죠. 무튼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학교에서는 비용대비 가장 저렴한 버스르 선택해서 보내주더군요. 그렇게 해서 타게 된 버스가 바로 이 버스.
< 대륙의 버스 >
한국에서 흔하게 보게 되는 고속 버스보다는 다소 작은 사이즈입니다. 약 30명이 정원인듯한? 앞 쪽의 더듬이 같이 튀어나온 백 미러가 참으로 인상적인.. -_-; 무튼 저희의 2박 3일을 책임진 버스 였습니다.
< No Title >
원래 제목 뽑아내는데 소질이 없습니다만, 이 사진은 도저히 뭐라고 뽑아낼 타이틀이 없네요. -_-; 무튼, 저와 함께 2박 3일을 여행다닌 멤버들입니다. 제일 왼쪽 분은 큰 형님(통칭 따거)으로 통하시던 분인데 아주 멋진 분이시죠. 그 옆으로는 현재 저와 함께 동북대학교에서 유학중인 친구들입니다. 사실 원래 알던 사이들은 아니고, 이 여행을 통해서 친해지게 되었죠. 여행은 사람을 확실히 친해지게 만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 :) 2박 3일 중에서 2박을 묵었던,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듯한, 넓직한 방에 병원 침대 8개와 TV 하나 놔두고 숙소라고 우겨대던,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다음날 날 밝아보니 주변은 모두 공사장이고 벽 군데군데에는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있던 그런 여관 앞에서 천지 올라가는 날에 심기일전하며 찍은 사진 입니다. (원래는 아무 생각없이 찍은건데, 여관 생각하니 억울해서 ㅠ_ㅠ)
< 백두산 가는 길 >
백두산은 올라가서도 장관입니다만,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백두산, 중국명 장백산은 현재 중국 정부에 의해서 엄청나게 개발되고 있는지라 코스가 딱 정해져 있는데 일단 그 입구까지는 자가 차량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버스에 의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앞의 길이나 뒤의 길이나 모두 눈 돌아가는 길입니다. 사실 전날에는 비가 왔던지라 천지 오를수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정작 올라가는 날이 되니 저렇게 거짓말처럼 맑은 날씨가 되었죠. :)
< 백두산 조경도 >
이런걸 조경도라고 부르는게 맞나요? 무튼, 백두산 입구에 보면 올라가기 전에 이렇게 백두산 조경도가 있어서 전체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총 4개가 있는데 각각 동,서,남,북파라고 불리죠. 저기서 빨간색으로 체크 된 길이 저희가 오른 길인데 정확히 어떤 길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아마 서파인걸로 기억하는데.. 참고로 이야기 하면, 남파 길은 북한에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를 방법이 없죠. 1박 2일 팀이 오른 길은 북파라고 들었는데 제가 그 프로를 본건 아니라서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백두산은 동파, 서파, 북파의 경우에는 각각의 길 입구에 마련된 관리 사무소에서부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천지 부근에는 빨간색으로 체크된 길이 없죠. 거기는 걸어서 오르게 됩니다.
< 백두산 서파 전체 지도 >
네, 저희가 오른길이 이 사진을 보니 서파가 맞네요. :) 각각의 길에서 볼 수 있는 곳들이 다 다릅니다. 천지의 모습도 다르고, 내려오는 길에 볼 수 있는 부가적인 곳들도 다르죠. 폭포라던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등산길 같은게 다릅니다. 어디로 오르건 간에, 사실 천지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행운이죠. :)
< 관리 사무소 상점 >
나름 민족의 영산이라서 그런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나 봅니다. 올라가는 길 입구에 있는 상점은 저렇게 친절하게도 한국말로 상점 이름과 판매하는 물품들을 써놨더군요. 저 가운데에 있는 파란 천막에는 이 상점에서 뭘 파는지 적혀 있는데...
< 복무항목 >
....군대에서 외웟던 복무신조를 연상케하는.. -_-; 무튼,여러가지를파는 곳이죠. 대충 사람들이 뭘 사가는지 알수가 있죠? 역시나 한국 사람들은 몸에 좋은 사슴....... -_-;
< 안내원 언니 >
버스를 올라가는 내내 백두산의 버스에서 백두산의 역사와 주변 환경 그리고 조성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던 분입니다. 당연하게도 중국말로 설명해주셨죠. 그리고 우리는 못 알아들었구요. -_-; 가장 앞 쪽에 앉아 있었는데 기사님이 역시나 중국 드라이버답게 그 산길에서도 종종 드리프트를 좀 밟아주셔서 저 분 한번 넘어지기도 했... 그럼에도 화내는 기색이 없는거 봐서는, 일상사인거 같더군요. 올백한 머리가 춈 어울리던 참으로 단아한 언니였는데... 말이 안 통한게 좀 아쉽더군요. :(
< 10월의 백두산 >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올라가는 길 역시 멋집니다. 제가 오르던 시기는 10월 초라서 그런지 좀 황량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만, 여기를 5월이나 6월에 오게 되면, 저 갈색들이 모조리 초록색으로 바뀌어서 대장관을 연출한다고 하더군요. 저야 원래 쓸쓸한 느낌이 드는걸 원체 좋아하는지라 이것도 좋았지만, 올라가던 길, 그 길이 모두 초록의 장관을 연출하면 어떨까라고 상상해 봤더니 그것도 좋을거 같더군요. 오를수록 구름과 가까워지고, 굽이굽이 치는 길 사이사이에 보이는 풍경 모두가 아름다운 그런 풍경이었습니다. 사진으로는 그 느낌의 1/10도 전달할 수 없는게 아쉽네요. :(
< 천지 오르기 전 계단에서 >
버스는 천지까지 운행하지 않고 약 900m를 남겨놓은 곳까지만 운행합니다.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가는데, 계단으로 되어 있죠. 근데 이 계단이 참... -_-; 동파냐, 서파냐에 따라서 버스가 운행하는 위치가 다릅니다만 저희가 오른 서파의 경우에는 고지를 900m 남겨놓은 곳까지만 운행해 주네요. 거기서부터 올라야 하는 게단은 약 1236개이고, 거리는 900m네요. 처음에는 이 쯤이야 하고 덤빕니다만, 고지대라 그런지 공기도 별로 없어서 금방 지치게 되고, 뭣보다 10월이라는 날씨가 좀 애매해서 잔뜩 껴입고 갔는데, 오르는 사이에는 땀이 나서 전혀 춥지 않고 짐만되는 상황이 발생해서 참 힘들었죠. -_-;
사진 뒤로 보이는 계단을 쭈욱 오르게 되는데.. 여기서 중국인들의 장사감각이 나오더군요. 계단을 오르다 보면 가마가 있습니다. 사람 두명이서 지고 오르는 가마인데, 그거 뭐하는 거냐면 돈 받고 들어올려주는 겁니다. 정확히 얼마인지 기억은 안납니다만, 300~400원을 부르던걸로 기억합니다. 환율 200원 때리면 약 6~8만원이죠. 돈 받고 하는 짓이니까 뭔들 못하겠냐 싶지만 그 많은 계단을 사람 하나 가마에 태워서 오를 수 있던 그 체력에 저는 혀를 내둘렀죠.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정말. -_-;
< 바람을 느끼며 >
...사진 찍히시는걸 참 좋아하는 큰형님인지라 따라다니는 제가 편했죠. 처음에는 대하기가 어려워서 정석으로만 찍었는데, 시간이 점차 지나니 자연스럽게 포즈도 한 번씩 요구하게 되더군요. 컨셉은 "바람을 느끼는 등산인" 정도? 마음 같아서는 포샵으로 앞에다가 낙엽 좀 뿌려드리고 싶었는데, 이 미천한 실력으로는 힘들더군요. :(
< 해발 2000m 즈음에서 >
중간에 살짝 뒤를 돌아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 컨셉 사진 찍는 중국인들 >
천지 거의 다가서 즈음에 이런 수풀로 우거진 살짝 평지가 있는데, 여기서 사진들을 많이 찍더군요. 가장 앞 쪽에 있는 남자와 여자는 포즈 취하는거 봐서는 커플로 보이던데 남자가 좀 안습이더군요. 저렇게 놔두고 달려가서 카메라 설정 다 맞추고, 다시 뛰어서 저 언니 옆으로 가서 같이 찍습니다. 큰형님과 같이 보면서 "한국이나 중국이나, 남자 하는 짓은 똑같네요" 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큰형님께서는 "아니, 결혼하면 똑같아 지는거지. 너도 해봐라"라고 시크하게 한마디 응수하셨습니다. 나도 진짜 그렇게 되는거야? ㅠ_ㅠ
오르던 중에 두세번 가량 쉬어주고, 공수해갔던 비상 식량 (Absolut Vodka와 Johnny Walker Black 등등, 근데 이거 대체 누가 챙겨온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디어 작살;;; )들을 섭취해가면서 오르기를 약 30여분. 전날에만 해도 미친듯이 내리던 폭우로 인해서 사실 오를 수 있을까조차 의문스러웠던 천지. 드디어 보게 되네요.
< 천지와 구름에 둘러쌓인 절벽에서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큰형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더군요. 아주 온전하게 맑은 날씨에 천지를 보게 된 것에 대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아주 잠시 감사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사실 이런 것에 감동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천지는 정말 통속적인 표현입니다만, 보는 자체로 압도 당한다는 말이 맞더군요. 산 꼭대기에 이만큼 넓은 호수가 있고, 또 그 물이 저렇게 맑다는데 깜짝 놀랬고 구름이 너무나도 가깝게 있어서 다시 놀랐습니다. 민족의 영산이니 정기니 하는 이야기는 정작 천지와 마주하고 그 순간에는 들지 않더군요. 그저 아름답다 혹은 웅장하다라는 생각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서 괴물을 때려잡고, YTN 1보 쯤에 떠서 부모님에게 아들 중국 유학 잘하고 있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공안의 눈빛이 너무나 살벌해서 포기했습니다. -_-;
< 천지를 정복할 태세.jyp >
먼 곳을 응시하면서, 마치 천지를 당장이라도 정복할 듯 싶지만, 야상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스니커즈 때문에 아웃.
< 해발 2470m 정ㅋ벅ㅋ >
< 멈추지 않는 중국인들의 상술 >
계단을 오르면서도 잠깐 이야기드렸던 이 친구들의 상술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이 곳에서 저렇게 죽치고 대기하면서 DSLR 카메라 들이밀면서 한국인들에게 사진 찍으라고 권유합니다. 당당하게 한국 말로 말이죠. 그리고 옆에 준비한 망원경도 돈 받고 보여주곤 합니다. 혹은 너무 추워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술이나 먹거리도 좀 팔구요. 대단한 장사꾼들입니다. -_-;
백두산은 해발 2470m 입니다. 저희가 백두산에 오른 날짜는 아마도 10월 2일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날씨는 전날까지는 비가 와서, 좀 습한 편이었고 고지대라서 그런지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죠. 위 쪽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들 파카니 패딩이니 하는 걸로 중무장하고 오죽하면 몸 덥힌다고 올라가는데 술을 챙겨 왔겠습니까. 여튼 그런 날씨였죠. 사진도 한 서너컷 찍고나면 손이 시려서 다시 주머니에 사진기를 넣어야 하는 상황을 계속 반복. 온도 계산이 정확히 안되지만, 고등학교때 배운 지식에 의하면 (저 이과 출신임) 지상으로부터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은 약 0.6도가 낮아집니다. 천지가 해발 2470m에 있기 때문에, 얼추 계산해보면 지상의 기온과 비교해서 약 14.4C가 차이나는거죠. 가을이었으니 지상이 15도여도, 천지는 이미 영하권. 게다가 고지대라서 바람이 많이 불기에 체감 온도는 거기서 -10C쯤? 그런 곳에서 한국인의 기개를 보인답시고...
< 한국인의 기개 = 영하에서 반팔입고 사진 찍기 >
첫번째 사진에 옆에 벗어놓은 두터운 옷들이 보이십니까? 반팔 차림으로 약 1분여긴 하지만, 사진을 찍는 이 친구들을 보고 옆의 중국인들은 뭐라고 수군대기 시작했고, 저희 중에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 한 명은 친절하게도 그 말을 번역해주었죠. "미친놈들" 이라고 말이죠. 싸울뻔 했;; 무튼, 20살과 23살의 젊음을 이딴 식으로라도 표출해야만 겠다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면, 반팔 + 반바지로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말을 남긴채 말이죠.
< 백두산에서 맛보는 신라면과 김가루 >
술 좋아하시는 분은 저기 보이는 병 아시겠죠? 네, Absolut Vodka죠. 저걸 들고 온 애들이 정말 대단; 계단이 시작하는 곳에는 이렇게 Land Scape가 있는데 커피 한 잔에 1000원이라는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곳이었죠. 웃긴건, 파는 라면도 한국 제품 신라면, 파는 커피도 한국 제품. -_-; 중국 아해들이 한국을 참.. 좋아하긴 하는거 같아요. :) 무튼, 몸이 얼어붙을것 같은 추위를 경험한 뒤에 느끼는 저 따스한 맛은 최고더군요. 면발 한 줄기에 이리도 행복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ㅎㅎ
천지에 대한 어떤 특별한 감정은 전혀 없었는데, 묘하게도 보고 나니 그런게 생기네요. 기회가 되면 한번정도 다른 루트로 또 올라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그때까지 덕을 잘 쌓아야 가능하겠지만요. :) 이렇게 나름 사연많은 천지 구경을 마치고 그냥 끝인줄 알았는데, 또 다른 관광 루트가 있더군요. 이름은 잘 기억 안나지만, 그 곳도 상당히 인상 깊은 곳이었죠. 2부에서는 철저하게 보존된 백두산의 자연을 한 번 보시죠. :)
ps : 천지를 좀 더 보고 싶으신 분을 위해서.